山 ... 산이 좋아서

태백산 (10)

푸른 물결 2025. 8. 12. 18:53

2025. 8. 8 (금) / 쉬엄쉬엄 6시간, 1시간 휴식

당골광장 (09:40) ~ 당골 2교 ~ 문수봉 400m 지나는 지점 ~ 부쇠봉 ~ 천제단 (13:00 50분 휴식) ~ 반재 ~

당골광장 (15:45)

 

오랜만에 당골방향에서 출발해 본다.

거의 나홀로산행으로 일관하는 요즘의 나, 이리저리 전화하고 맞추고 하기 귀찮아 마음 동할 때 가볍게 홀로산행을 계획한다.

지난번 친구와 함께 갔던 구간, 당골출발 문수봉 구간으로 산행코스를 정하며 맑은 하늘 올려다 보며 오늘도 안전산행을 다짐해 본다. 산이라는 무대에서 지금껏 주인공 역할을 하며 산길 주변을 장악했던 산수국의 끝머리, 내년을 기약한다. 지난 산행때 보았던 야생초들의 마무리가 다시금 제 차례를 인지하며 준비하고 있는 초가을 꽃들에게 바통을 넘기는 중이다. 이들의 등장이 기대감으로 다음 산행을 또 점쳐본다. 

배초향 산짚신나물

투구꽃의 여린 녹색 꽃봉오리가 형성되는 중, 동네주민들의 투다리라고 불리는 당골 2교 착 직진

 

계곡 물소리가 쩌렁쩌렁하다. 당골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믈소리를 들으며 올라갈 수 있는 시원한 구간이다. 길도 거의 평지여서 남녀노소 아무나 어렵지 않게 걸어갈 수 있다. 반재로 올라가는 당골 2교에서 직진, 문수봉으로 가는 이 길은 일반인들의 걸음이 뜸한 구간이어서 거의 밀림 수준에 이를 정도이다. 길폭도 한 명 정도 걸어가야 할 너비여서 개인적으로도 선호하는 길이다. 잘 다듬어 놓고 관리가 잘된 국립공원 만의 편안한 길을 택해 사람들은 발을 옮긴다. 소문수봉과 문수봉의 아랫자락을 은근한 경사를 타고 걸어올라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소문수봉으로 가는 산문 입구는 사유지라는 이유로 땅의 실소유주와 국립공원, 시(市) 사이에서 아직도 밀당이 계속되고 있는 중인가 보다. 그래도 어느 영상매체에서 보니 그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듯 하여 소문수봉과 문수봉을 지나친 0.4km 지점까지 바로 갈수 있는 지금 이 길을 선택한다. 지난번에 가 보니 꽤나 무던한 구간이었다.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힘들게 오르는 경사도 거의 없고 단지 사람들이 잘 가지 않아 길 자체가 풀이 우거지고 밀림느낌이 강한 구간이었다.

그런데 가다보니 공사를 하는 지 길목이 다 파헤쳐 있고 여기저기 길을 넓히고 있는듯 보였다. 흙냄새와 풀내음이 강한걸 보니 길정리를 하나 싶었다. 차의 굉음소리까지 들리는걸 보니 예상치 않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나보다. 

아니나 다를까 길옆에는 보수에 들어갈 대량의 꾸러미들이 눈에 띈다. 길을 넓히고 흙을 깔고 그 위에 또 자갈을 깔고 매트를 덮을 예정인듯 싶었다. 작은 포크레인도 보이고 드문드문 2인1조 인부들도 보였다. 이 더위에, 당연 산은 덜하겠지만 땀 뻘뻘 흘리는 이들의 옆을 지나가려니 수고로움에 감사하기도 하거니와 미안한 마음도 얹어진다. '수고많으십니다' 한마디 건내주고 그 옆을 지나간다.

돌과 단단해진 길을 걷는것 보다 파헤친 흙길 위로 걸어가려니 더 힘들다. 

아마도 능선길과 만나는 지점까지 공사는 이어지는 듯 했다. 깔아놓은 매트도 닳아서 나중엔 편해질지 몰라도 왠지 내겐 불편하기만 했다. 새신발을 신으면 발이 아프듯 꼭 그 느낌이었다. 곧 능선길과 만난다. 문수봉을 400m 지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부터 부쇠봉까지만 올라가면 그 다음부터는 아주 쉬운 내리막코스와 천제단 오르는 짤막한 구간이 힘듬을 감해준다. 많은 여름 꽃들이 눈에 들어오고 눈맞추고 렌즈에 담고 하는 작업만으로도 산길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도라지모싯대와 나리꽃의 마지막투혼 새롭게 올라오는 것들에 대한 흥미로움이 내 여름산행의 주 목적일 수도 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길, 저벅거리는 내 발자국소리와 스치는 풀의 수런거림이 행복지수를 높이는 중이다.

동자꽃 미역취 참취꽃 이질풀 말나리

모싯대

자주여로 어수리 취꽃 도라지모싯대 단풍취

동자꽃무리 자주여로 개시호 

부쇠봉이라는 표지석과의 첫 만남, 여유의 시간도 있고 내겐 뜻깊은 부쇠봉을 만나고자 '백두대간 부쇠봉'이라는 표지판 왼쪽으로 꺾어져 풀숲 우거진 길을 헤치고 들어가 보았다. 며칠전 본 영상에서, 아니 그 전부터 들어서 알고있던 부쇠봉이 산길 옆 조금만 가면 있는데 늘 그냥 지나치곤 했었다. 영상을 보면서 다음 산행땐 꼭 가봐야지 마음 먹었었다.

대간길 대장정의 길에 들어선 20년 전, 봉화군 춘양면 도래도래기재에서 태백산까지 오르던 그 날의 짤막한 기억들이 아직도 깊숙히 남아 있다. 삶에서의 힘듬을 산행으로 삭혀가며 지우개로 지우듯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사는 것도 힘든데 산을 걷는 일은 또 쉽지 않았다. 2004년 8월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다녔던 산행에서 백두대간이라는 이름도 처음 들었고 그렇게 태백권은 모두 걸었을 마무리가 2005년 3월 도래기재에서 화방재까지의 구간이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고글 안에서 줄줄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나홀로 곱씹으며 걸었고, 예정했던 산행시간을 초과 리더의 강행군이 너무도 야속해 산행동료의 상비약 '우황청심환'까지 먹으면서 올라 만난 부쇠봉 표지판, 그 표지판을 끌어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 설움과 감격과 여러 감정이 섞여 울었기에 그때부터 부쇠봉만 보면 나를 놀려대는 산행동료들의 짖궂음이 따라다녔다. 한참동안을 ...

그래서 더 의미있는 부쇠봉이었다. 조금 들어가니 헬기장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다시 또 걸음을 옮기니 부쇠봉 표지석이 보였다. 

반갑기도 하고 추억이 물밀듯 밀려오기도 했다. 20여년 전에는 이 표지석은 보지도 못했다. 모든 회원들 다 ~~~

추억을 뒤로 하고 다시 원점, 천제단으로 향한다.

 

오리방풀 산꿩의다리 꽃진 뒤, 

푸른여로 쑥부쟁이 이질풀 금마타리 곰취

선선한 한 여름날의 산정이다.

펄펄 끓는 도심의 대지를 비웃듯 구름 잔뜩 낀 하늘이었지만 햇님도 나와 뜨거움도 내리쬐다 구름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자리를 펴고 휴식을 취한다. 몇몇 산객들의 탄성을 들으며 시원한 바람에 절로 기분도 좋아진다. 김밥 한줄 커피한잔 방울토마토 부침개 점심이 푸짐하다. 서울에서 온 한 가족들과 얘기도 나누고 처음 와서 제대로 된 피서를 즐긴다는 미소진 얼굴에 행복이 그득하다. 누구나 산정을 밟을땐 그 감격이 최고조일것이다. 더군다나 명산 중에서도 영산 아니던가. 

버스시간을 감안해 여유의 시간을 가져본다. 하늘을 지붕삼아 드러눕기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가끔씩 내리쬐는 햇살이 엄청 뜨겁긴 해도 좋았다. 

슬슬 채비를 한다. 삼척으로 가는 버스시간 3시간 전이다. 하산은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하산길 만나는 여름꽃도 눈맞춤하고 천천히 내려갈 요량으로 일찌감치 준비를 하고 내려간다.

여우오줌 물봉선 담배풀 잔대

반재에서 들려오는 쿵쿵 소리가, 아직도 공사를 하고 있음이다. 얼마나 힘들까 싶다.

 

다음에 들를 땐 어떤 길로 변모해 있을까 궁금하다.

또 다음 산행을 기약하면서 하산길 만나는 꽃들을 렌즈에 담으며 안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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