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 산이 좋아서

태백산 (7)

푸른 물결 2025. 6. 17. 20:11

장군봉 (11:10)

 

유일사 주차장 (09:00) ~ 천제단 (11:20) ~ 망경사 ~ 반재 ~ 당골 (13:20)

2025. 6. 17 (화) / 운무가득한 태백산길 홀로 걸으며 사부작사부작 4시간 20분 산행

 

유월 초록의 농담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이다.

여름으로 치닫는 야생초들의 눈맞춤이 그리워 홀로 산행을 준비한다.

산정은 비가 오고 있는 것 같다는 당골친구의 말에 우산도 챙기긴 했지만 예상 밖 운무에 휩쌓여 있을 산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들뜨기 시작한다.

지금은 무슨 꽃이 피었을까, 하루이틀 가본 산도 아니건만 늘 궁금해지는 머릿속은 해가 지나면 잊어버리는 건망증에 마주하는 꽃이 더욱 반갑다는 생각이 든다. 자잘한 꽃잎이 떨어져 꽃길을 만들고, 고요한 산길에 안개는 숨었다 나타났다 산무대에서 극을 펼친다.

뱀무 은난초 감자란 둥글레 세잎종덩굴 등이 드문드문 눈맞춤 만들고 한 시간여 걸은 유일사입구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가져온 오렌지로 입을 적신다. 

역시 유일사의 바람은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 초입의 바람은 시원하긴 했지만 앉아 쉬다보니 한기가 느껴져 얇은 쟈켓을 입고 출발한다.

 

 

노린재나무에서 떨어지는 꽃잎이 여기저기 흩어져 꽃길이다. 군데군데 정향나무 꽃잎도 같이 한몫을 하고 ~

어? 붉은 꽃잎은 뭐지 하고 올려다 보니 인가목이 활짝 피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안개비에도 무거웠나보다. 간만에 보는 산속 장미꽃의 색감에 어쩔줄 몰라 요리조리 꽃잎 둘러본다. 마치 비를 흠뻑 맞은 듯 촉촉하다. 어쩌면 이리 고운 색을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뽐내고 있을까 싶다. 봐 주지 않아도 저들만의 질서와 순리에 박수쳐 주고 싶다. 

올라갈수록 운무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초록을 흐리게 만든다. 그 속으로 깊히 빠져든다.

함박꽃의 계절 유월, 누런 한지처럼 생명다한 꽃이파리가 톡~ 톡 떨어진 길 위에서의 보는 즐거움이 발길마다 채인다. 

 

계절을 알려주는 산속의 꽃들이 부지런히 제 역할을 하며 하나하나 내 눈 속으로 집어넣는다. 

꽃 지고 피고 ~

해해 몇 년을 봐 왔는지, 새삼스럽게 아니 항상 여기는 마음은 '감사함'이다. 27년 째 말이다.

 

아주 작은 정향나무 꽃잎을 주워 코에 가져다 대 본다. 작은 이 꽃송이에서 강한 향을 내 뿜는 산라일락, 그래 지금이 너의 순서지 되뇌이며 보고 또 보고 이 작은 꽃잎 모여모여 만들어진 촉촉한 큼지막한 꽃봉오리에도 향을 맡아본다. 대환장의 클라이막스를 준비하는 커다란 꽃송이가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이에 질세라 병꽃나무도 목욕재개한 듯 깨끗한 얼굴을 운무를 뚫고 찾아온 산객에게 보란듯이 내민다. 흔하지만 오늘따라 귀하고 고운 옷을 입고 온 듯 싶다. 아주 깨끗하다. 

 

아, 넌 뭐지?

민들레 홀씨 모두 날아가고 남은 꽃받침, 어쩌면 이렇게도 예쁠까. 정말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다.

다시금 내년을 위해 마무리하는 뒷모습, 꽃 피워 홀씨 날리고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는 멋진 모습으로 남아있는 민들레 ~

순환이라는 만고의 진리앞에 예쁜 꽃받침이 오늘따라 눈에 쏘옥 들어온다. 

 

사방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장군봉에 드디어 도착, 제단에는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시야를 가리고 있었던 장군봉 앞에 다다르니 두명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그만큼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는 정상 부근이다. 

 

 

태백산 정상, 넓은 자리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천제단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각 국립공원 영상보기가 있다.

소백산 덕유산 지리산 등 산이 아니더라도 태안과 한려수도 국립공원 모습도 모두 볼수가 있는데 가장 멋진 곳이 아마도 내 눈엔 태백산이 아닌가 싶다. 예전엔 한 대만 설치되어 있었는데 천제단 앞과 뒤 쪽으로 두 개가 더 증설되어 지금은 세 곳에 세워져 있다.

산객들은 저마다 손을 흔들기도 하고 지인에게 연락하여 봐주기를 원하기도 한다.

 

나도 친구에게 연락해 잘 도착했다고 전하며 알아서 캡처해주기를 바래본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람숨은 장소를 골라 정상석을 바라보고 앉는다. 맑은 날이면 부쇠봉 문수봉 산줄기가 훤히 보일텐데 안개에 휩쌓인 정상은 또 다른 묘미를 보여주며 몽환적인 분위기 연출에 흠뻑 빠져본다. 출출한 배, 커피 한 잔에 만들어간 샌드위치로 배를 채운다.

안개가 걷혔다 가렸다 반복을 하고 앉아서 나만의 행복감에 빠져 샷 몇 개 지인들과 가족에게 날린다.

 

 

내게 있어 소소한 행복이다. 남들에겐 소소하진 않을수도 있는 일 ..

혼자 산을 간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상적이지 않다고들 얘기하니 이 어찌 소소하다 말할 수 있을까 그들에겐 ...

걷는 일과 나이들어 없어져 갈 근육에 대비해 꾸준히 주 며칠씩 헬스를 한다. 지인이 그런 말을 하더라.

'언니는, 130까지 살겠다'

우리가 건강을 다지고 그에 따른 규칙적인 생활, 긍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식습관이 건강함의 표본이다. 

이 모두를 행하고 있는 내게 '오래 살겠다'라는 말은 전혀 아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충실하고 건강하게가 삶의 기본이라 생각하고 있다. 더군다나 나는 혼자의 몸이다. 누가 보살펴 주고 누가 내 안부를 궁금해 할까 하는 마음에 '나 지키기'에 철저함을 배가시키는 지도 모른다. 

 

뿌연 안개속 산정에 앉아 있는 시간이 귀하디 귀하기도 하지만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편안함과 뿌듯함과 행복이 내 몸을 휘감는다.

더 긴 시간 앉아있고 싶지만 삼척으로 가는 버스 배차시간에 맞춰 하산해야 한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보이지도 않는 그곳에 앉아 있지만 말고 표지석 쪽으로 가 봐"

 

 

"사진 찍는 것처럼 표지석 앞에 서 봐, 그리고 그 앞에도 앉아보고 ~"

일터에서 묵묵히 일하던 친구가 산 정상 도착즈음에 CCTV 보고 있다며 실시간으로 캡쳐 해준다는 말에 인증샷 폼 ~~~

마지막까지, 친구야 안녕 ~ 하며 하산

 

망경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목 초입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장소이다.

저 울타리가 겨우내내 눈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다가 차츰 녹아 내려가면서 보여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찾아오는 봄, 파릇파릇 올라오는 늦은 오월의 봄꽃들이 하나 둘 올라오고 유월되니 제 모습을 갖추며 멋진 산야와 우거진 숲길을 만든다. 길목 사이로 보이는 태백산의 능선인 부쇠봉과 문수봉 소문수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인 산의 주 능선도 보이고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운무로 휩쌓여 보이지 않던 능선이 살짝 보이는 하산길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 장을 렌즈 안으로 집어 넣는다. 

 

 

이제 초여름 산을 채워놓을 야생초들, 그리고 제 역을 마치고 물러가는 꽃 무리가 계절의 오고 감을 대신한다. 

가는 저들의 안녕에 다시 또 내년을 기약해 보고, 오는 이들의 반가움에 눈 한번 더 마주침으로 안녕한다. 하산길의 여유로움이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는 내게 또 한순간의 행복함이다.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한다. 얼마나 더 올 수 있을까 하는 ~~

그러다 보니 이 한걸음 한걸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지 모르겠다. 

얼마나 소중한 다리던가. 움직임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이 오장육부 등 신체의 건강함에 절로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매번 다른 느낌의 산이 주는 행복과 감사함으로 오늘 하루도 마무리한다. 

 

당골은 해가 반짝, 뜨거운 햇살이 작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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