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 산이 좋아서

태백산 (6)

푸른 물결 2025. 6. 1. 21:40

2025. 5. 26 (월)

당골 (09:30) ~ 문수봉 ~ 부쇠봉 ~ 천제단 ~ 망경사 ~ 당골 (15:45)

 

초록물 뚝뚝, 오랜만에 태백산 문을 두드립니다.

 

나이 듦에 이젠 산행 계획도 무척이나 더뎌집니다. 이렇게 조금씩 줄여지려나 봅니다.

거의 매달 두어번 씩 일년 스무 차례 조금 넘게 다녀왔는데 이번 기록을 보니 여섯번 째, 매달 한 번 꼴이네요.

그래도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록이 짙어가는 오월 하순, 삼척 지인과 산행계획을 잡았는데 태백 당골에 사는 여고동창 친구가 산행하자며 톡을 보냅니다.그렇게 셋이 짙은 초록 숲 속으로 조용히 들어갑니다.소문수봉 코스는 아직도 굳게 문이 닫혀 열리지 않고, 문수봉 방향으로 계획을 잡아 다리 건너면 반재로 올라가는 방향이 아닌 직진 코스를 골라 발걸음 씩씩하게 걸어들어 갑니다. 아, 앵초가 피었습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예상했던 꽃을 만나니 너무 좋습니다.어? 큰연령초도 보이고 물참대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네요.

 

 

벌깨덩굴 광대수염 큰앵초 물참대 큰연령초 산목련 풀솜대

 

오지보다 더 오지같은 태백산 숲속, 사람들이 아는 흔한 산길이 아닙니다. 이곳이 국립공원이라구요?

손길이 더욱 미처야 될 듯 싶습니다. 아니 이대로도 좋을 듯, 아니 아니 모르겠습니다. 

산속 병꽃이 한창입니다. 오늘따라 꽃봉오리가 깨끗해 보이기도 하구요, 철쭉도 제 순서를 알고 마구마구 피기 시작합니다.

 

아니 벌써?

깜짝 놀랐습니다. 네가 생각했었던 코스가 아니었어요. 동행했던 이도 같이 놀랍니다.

태백산은 사방 곳곳 다녀 코스를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는 유일사에서 천제단 코스와 당골에서 올라가는 천제단 코스, 그리고 백단사 코스도 있구요.

내가 좋아하는 코스는 소문수봉 문수봉 천제단 코스이지만 소문수봉으로 오르는 입구가 사유지라 하여 휀스를 만들어 굳게 막아놓아 버렸습니다. 지금도 땅 소유주와 국립공원 측과의 밀당이 계속 되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참, 백두대간 도래기재에서 올라오는 코스도 있습니다. 부쇠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이지요. 오래전 생각이 납니다. 오르면서 고글 안으로 줄줄 흘렸던 눈물을 ...

 

언젠가 소문수봉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문수봉 방향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안가본 길을 가볼까 하는 산행중 호기심에 ~~

그때는 한 여름, 홀로 산행이었는데 걷다보니 샘물도 있었고 엄청나게 우거진 풀숲에 무거운 꽃잎달고 그 무게에 쓰러져 있던 동자꽃 무더기를 세워주며 산길을 따라 올라가던 약간의 오르막도 있었습니다. 분명 그 길을 생각하고 걸었는데 문수봉 다 왔다 싶은 이정표에는 이미 문수봉을 지나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놀랐다구요.

머리 맞대어 말을 맞춰보니 소문수봉구간, 그리고 소문수봉과 문수봉 사이 구간, 문수봉을 지난 구간 이렇게 세 갈래 길이 있었나 봅니다. 물론 우리는 세번째 문수봉을 지난 구간에 이른 것이구요.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그리고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편한, 경사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쉬운 구간이었습니다. 우리 나이에 딱 맞는, 하지만 인적없고 발길이 흔치 않은 오지느낌이 강해 혼자 걷기는 조금 음습하지 않나 싶습니다. 나는 물론 다음부터는 무조건 이 구간입니다. 혼자도 당연히 갈 수 있습니다.

친구는 그럽니다. 너랑 와서 왔지 난 혼자 절대 못 온다...

내가 비정상인가 봅니다.

 

이제 부쇠봉만 남았다 얘기하며 오르는데 나도개감채가 군락을 이룹니다.

앗, 그리고 만난 산작약 두 송이가 우리를 반깁니다. 산장대도 산을 채우고 있습니다.

 

 

아, 배고파라.

천제단을 눈 앞에 두고 소천제단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자미회 가서 무쳐줄게 친구에게 말했더니 막걸리캔 하나 가져온다 하더라구요.

열심히 야채넣고 가져간 양념 버무려 맛있게 가자미회 무쳐 한 그릇씩 덜어 막걸리 한 컵씩 맛대어 건배합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합시다..

지인과 친구가 벌써 인사했지만, 자리에 앉아 다시한번 눈인사 합니다.

김밥한 줄에 가자미회무침, 과일이 어우러져 점심 한 상으로 배를 불립니다.

그리고 일어나 천제단으로 향합니다. 아이고, 배불러 ...

이렇게 우리의 배를 가지고 우리는 장난칩니다. 배를 곯렸다 배를 불렸다 ...

 

 

구름 한가득 이고 있는 천제단, 태백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고요가 턱 하니 자리잡고 있네요. 뭉게뭉게 커다란 뭉게구름이 하늘 한가득, 햇님과 밀어내기 한판하고 있더군요.

철쭉이 만개했던 정상을 기대하고 왔는데 아직 이른가 봅니다. 꽃몽오리 달고 아직은 이르네요 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강해 키가 자라지 못하는 정상에는 오늘 바람도 자고 있었습니다.

이쪽 저쪽, 저쪽 이쪽 배경으로 샷 몇 개 만들고 제단 한바퀴 돌고 하산합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하고는 망경사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노랑무늬붓꽃과 벌깨덩굴

 

철쭉 색깔이 너무 예쁩니다.

엷은 분홍색과 색을 진하게 뽐내고 있는 철쭉은 서로 옷 바꿔 입으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저 아래 벌써 지고 없는 산괴불주머니 노란꽃은 이제 한창입니다. 태백은 역시 우리가 사는 곳보다 한달은 늦습니다. 모든게 다 ~

청정한 태백, 그리고 그 산 ...

언제나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무사히 내려와 당골사는 친구와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는 삼척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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