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7 (월)
유일사 (11:40) ~ 천제단 (13:40) ~ 망경사 ~ 당골광장 (15:10) / 약 3시간 30분 소요

3일의 휴무, 서울에서 친정엄마와의 시간을 보내고 휴무 하루를 남기고 삼척으로 내려왔다.
혹시 가게 될 산행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얇게 내리던 눈이 대설로 이어지고 여기저기 폭설 소식에 산행은 무리겠다 싶어 포기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내렸고 안가길 참 잘했다 싶은 생각에 편안하게 식사하면서 일상을 시작한다.
태백에 사는 친구에게서 톡이 온다. 태백은 해가 반짝 났다며 '바람 쐬고 가도 될 듯 한데?'
이 한 마디에 시계를 보니 9시 20분, 10시 5분 태백행 버스 타는 시간까지 머리로 굴리며 후다닥 산행준비를 했다.
마침 창 밖을 보니 이곳도 햇님이 얼굴을 내민다.
그래, 안되면 말고 ... 가보는거야.
그렇게 태백산 문을 두드린다.
유일사 주차장 국립공원 입구의 알림판에 대설주의보, 입산금지라고 크게 떠 있다.
그런데 통제하는 직원이 없다면, 가도 괜찮다는 의미? 작년에도 대설때 다녀왔듯 조금은 무리수를 두며 입산을 시작한다.
눈은 계속 흩날리고 있었고, 마침 하산하는 이도 있다. 시간은 조금 늦은 오전 11시 40분이다.
가는 사람들 있냐고 물으니 드문드문 열명은 된다고 전해준다. 힘을 내야겠다.
기온은 0.8도,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기온이다.
하얀 세상, 오늘도 나만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며 마음의 평안과 무사산행을 빌며 출발해 본다.


유일사와 사길령의 분기점 그 휴식공간에서부터 제단까지 오르는 오름길의 시작, 북풍이 몰아치는 태백산에서 가장 춥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산행중 가장 힘든 코스이기도 하고 이곳에서 느끼는 기온이 가장 시원하기도 춥기도 하다. 눈보라가 앞서 간 발자국을 지우고 있다. 그래도 흔적은 남아있기에 그 위에 내 발을 한발한발 디디며 올라가는데 여늬 때보다 힘이 들다. 인적 하나 없고 가끔씩 하산하는 홀산의 산객들이 휙 지나간다. 쉼의 번복이 몇 번 있고나니 한숨 돌려보는 눈 앞의 세상은 힘듬이 안겨주는 천국같은 세상이다. 이래서 오는거지 하면서 말이다. 그리 춥지 않기에 가져온 핫팩과 벙어리장갑은 무용지물이다. 몸에서 열이 나며 부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오롯이 나만 있는 세상, 왜 이런 시간이 나는 행복한 걸까.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모험을 하면서 왜 나는 ...
이해하지 못할 남들의 시선과 생각들, 그게 나에겐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산이 허락을 했고, 내 몸이 허락을 하여 어렵지 않게 올 수 있는 태백산이 내 삶의 가까운 곳에 있어 나는 행복하기만 하다.
고요와 적막이 산을 채우고, 하얀 눈발이 날리는 산 정상, 천제단이 보이는 장군봉에서의 광경은 기가 막히다. 아니 눈 때문에 보이지 않는게 정확하다. 세상 하얀 이 공간에서 나는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더불어 사는 세상 속에선 함께 더불어 살 필요가 있으며,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상황과 그 공간은 이겨내고 일체감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이 시간 나는거대한 산의 아주 극히 작은 일부였다.



예의 주시하고 있을 친구에게 정상 도착지점에서 문자를 보낸다. 센스가 있는 친구이기에 ~
아니나 다를까 너 혼자밖에 없냐며 '너 맞지?' 한다. 캡쳐한 사진을 보내면서 말이다.
그랬다. 태백산 정상 천제단에는 눈이 여전히 흩날리고 있었고 혼자만이 그 모두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 세상이었다.
그리곤 얼른 하산한다. 처음 산을 오를 때는 늦게 출발했기에 저녁 시간에 삼척행 버스를 타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하산하는 발걸음은 본의아니게 발 한발자국 디딜때마다 50~60cm 정도가 저절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러다 보니 얼마나 빨리 내려갔는지 딱 1시간 만에 천제단에서 당골까지 하산시간이 단축될수 있었다.
친구가 캡쳐한 정상 cctv ... 아무도 없었다 오직 나 혼자만이




항상 그런 생각을 가지며 산행을 한다.
무리수를 두지 말자 하면서 ...
하지만 출발 자체가 무리였으며 마음에 품은 교만함이 산을 택하게 했던 것이다.
이미 나를 끌어안은 산에게 감사하며 안전하게 무사산행한 내게 토닥토닥 마음속 위로를 던져준다.
답답했던 마음이 더 나를 산으로 끌게 하였기에 ...